어제 오랜만에 읍내에 나가서 술을 한잔했습니다. 늘 마시던 소주 화이트나 소주 한라산이 없네요. 찾는 손님이 없어 비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식사 겸 반주 삼아 가는 집이 있습니다. 벌써 몇 년 되었는데요, 지겨울 때도 되었는데, 아직은 몇 번은 더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1년씩 넘겼던 것이 꽤 되었네요. 고등학생이었던 그 집 아들이 대학을 나왔으니 제법 되었죠.
이 집에 가면 술 보관 냉장고 한쪽에 두 줄 정도 늘 마시는 술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냉장고 두 개에 단 두줄이니 아마 20병이 채 되지 않을 겁니다. 정말 드물게 이 술을 마시는 손님을 보기는 하지만 거의 없습니다. 사장님 말대로라면 일 년 52주 정도 되는 주말에 40번 정도는 방문하는 나를 위해서 준비한다고 합니다.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다 약한 술을 마시면 항상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소주 마시다 맥주를 마시면 또 머리가 아프다는 분이 있는데요, 사실은 술이 약해서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고 도수가 낮은 술은 아무래도 많이 마시게 됩니다. 도수 낮은 술도 술이기에 많이 마시면 취하고 그 정도를 넘어서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뒤집힙니다.
도수가 낮은 막걸리도 머리가 아프다는 분이 많은데요, 막걸리는 어떻게 마시나요. 소주잔에 조금씩 부어서 마시는 것이 아닌 대접이나 맥주잔으로 마시게 되죠. 즉, 많이 마시니 결국은 머리도 아프게 되죠. 도수 약한 술은 20도가량 되는 술에 비하면 말 그대로 술술 넘어갑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술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실 블로그뿐만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술을 하지 말라고 하죠. 페이스북 광고 등의 광고카피를 만들며 한시도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광고인 역시 술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담배는 몸에는 해로울지도 모르지만, 정신을 놓지는 않죠. 술이 과하면 판단력과 감각이 떨어져 문장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술이라는 것이 항상 적당하게 마실 수 있는 자제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블로그를 한다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음주입니다.
하지만 본업이 블로그가 아니기에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과의 교류도 중요합니다. 하루에 1 포스팅을 목표로 시작했다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생활을 하다 보면 그것도 어려워 이번에는 일주일에 2, 3개의 포스팅으로 변경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1 포스팅 발행하는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러니 글 발행을 줄였겠죠. 매일 맑은 머리로 글을 만들어야 하는데 술이 들어간 날은 글쓰기는 어렵죠.
이렇게 과하게 마신 날은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게 됩니다. 사회생활에서는 동료와의 술자리가 하나의 역할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블로그 글쓰기는 그냥 그날 하루를 까먹게 됩니다. 본업도 중요하지만, 포스팅을 목표로 했다면 다른 핑계는 만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어제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더라도 적당하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조절이 되지 않았습니다. 읍내에 나가는 날이면 매번 같은 코스로 움직이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1차, 2차, 3차로 이날 하루는 코 빼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즐길 수만 없어 나가기 전에 오늘 많이 마시면 큰일인데, 걱정했는데 역시 조절하지 못하고 다음 날 하루 종일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다 저녁에야 책상에 앉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블로그를 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면 할 수 있게 주변의 여건을 살짝 바꿔서라도 추진해야 하는데, 잠깐의 판단으로 하루를 까먹고 말았습니다. 매일 머리를 싸매며 블로그의 주제를 찾고 있는데 이렇게 하루가 밀려버리면 마음이 더 급하게 쫓기게 되었네요.
블로그를 한다면 술은 원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