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은 긴급성 질문이나 여기저기서 답변을 얻을 수 없을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전 포털 다음이 인터넷 검색을 지배하고 있을 때 네이버에서 이 지식인 하나로 다음을 넘어뜨린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히트했습니다.
지식인에게 질문을 하거나 답변하고 채택이 되면 점수를 받게 되고 룰렛을 돌릴 기회가 생기는데, 룰렛은 거의 내공 100점이 걸리지만 운 좋으면 네이버페이 5,000원에도 당첨되기도 합니다. 이런 재미에 한동안 지식인 답변을 달면서 지내기도 했습니다. 룰렛으로 벌 수 있는 수입은 설문 알바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중독성으로 한동안은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최근 지식인의 질문을 넣고 답을 기다리면 AI 답변이 그대로 달려 상당히 짜증이 납니다. 인공지능 GPT나 다른 AI 지능의 답변을 여과 없이 그대로 옮기면 표시가 납니다. AI 대응의 특징은 일단 질문에 호응하고 답을 알려줍니다. 마치 유치원 아이가 아파서 병원 갔을 때 기본응대는 호응부터 하는 겁니다. '아파서 힘들었겠네, ~~' 아이가 했던 말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뒤 말을 이어나가는 거죠. 이런 말투는 올바른 대응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에게 정식교육으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말투가 꼭 AI 로직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분은 AI와 대화하면서 누가 인간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상대방에 관한 관심과 호응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지식인을 사용할 때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요, 지식인의 그 특성 그대로 이런저런 사설 없이 필요한 답만 간단하게 알려주는 긴박성에서는 이런 긴 서두의 잔소리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문제점을 질문하면 질문자 말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내장된 답을 꺼내는 데 실제로는 도움도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GPT를 이용하는 분은 코딩 검사까지 찾아내기도 하지만, 아직은 원하는 답변을 얻기까지는 몇 차례의 질문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지식인에서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그대로 베껴서 인공지능에 넣고 답을 가져다주는데, 전혀 원하는 답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인공지능이 정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학습효과에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단어를 넣었을 때는 인공지능이 던져주는 답은 최근 가장 홧한 이슈에서, 인터넷에서, 또는 인공지능이 참고하는 자료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이 질문했던 그 내용을 뱉어냅니다. 그래서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조금 더 상세한 질문을 해야 하죠.
이건 질문 의도를 모르면서 질문을 그대로 넣고 얻은 답을 가져다주는 답변자는 인공지능 심부름꾼밖에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사람은 멍청해지고 그 기계에 의존해 살아가는 가상 영화의 한 단면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급하게 답을 원해 지식인을 찾았는데 엉뚱한 답이 올라오는 힘이 빠지죠. 최근에는 조금 더 발전합니다. 답변을 살짝 바꿔서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냄새를 풍깁니다. 어떻게 보면 전문가가 답변한 것처럼 보여 조금 더 상세한 답을 알기 위해 한 번 더 답을 하면 돔향챠하고 말았네요.
인공지능의 답변과 질문자의 의도 차이를 알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을 보겠습니다.
파파고에서 가져온 번역인데 이상해서 지식인에게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대통령을 조정한'
The one who coordinated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미국 대통령을 움직였던
What moved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여기서 누구를 조정하다 또는 움직인다는 뜻은 책상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긴다는 뜻은 아닌데요, 제대로 번역하면 어떻게 되나요?
답변입니다.
'했는지에 따라서 다른 번역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을 조정했던'이라는 문장은 조금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추가적인 문맥이나 정보를 제공해 주시면 더 정확한 번역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에는 사람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이 충분히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기계에 넣었습니다. 기계는 앞뒤 말이 없다면 번역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질문 의도를 읽어보지 않고 그냥 긁어서 기계에 넣고 답을 가져왔네요.
요즈음은 인공지능이라는 말보다는 AI를 흔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쇼핑몰 사이트에도 AI 추천 상품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없는 상품도 있더군요. 이런 사이트에서 추천 상품은 기간이 다 되어 가는 상품, 인기가 없는 상품을 다시 끄집어내 판매를 유도할 수도 있는데요, 아무튼 AI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 가져다 붙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AI 국회의원도 괜찮을 것 같고, AI 판사, AI 장관도 괜찮을 것 같아요.
AI를 사용하고 자주 접하는 곳이 고객센터입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정해진 말만 하고 마는 것이 왜 AI라고 아이콘 하나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관련 부서 전화번호를 넣어 놓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이런 AI와는 대화는 그냥 '상담사 바꿔줘'로 끝나고 마는데요, 왜 인공지능 값을 못 하면서 엉뚱한 AI 이름을 빌려 사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계를 세워놓고 고객센터 이메일 질문조차 막아버리는 이런 시스템이 지식인 답변에 AI 답변으로 변질하지 않았을까요. 갈수록 심해지네요.
지식인에는 엉뚱한 질문과 재미있는 답변도 많이 있습니다. 지식인 하나로도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아쉽네요.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신고하는 방법이 없습니다. 모르는 질문에는 조금 더 전문가에게 답을 넘겨야 하는데 빨리 답변을 달고 채택이 되면 얻는 점수와 룰렛을 돌리는 재미에 엉뚱한 답을 답니다.
지식인 질문과 답변으로 얻는 점수는 본인이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전액 기부를 하게 되고 기부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룰렛으로 점수를 얻으면 자신에게 기부하는 방법이 있나요, 왜 그렇게 내공과 룰렛에 목을 매는지 모르겠습니다. 네이버에서 인공지능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클로바 X뿐만 아니라 또 다른 AI를 만들면서 투자한 비용을 뽑기 위해서 여기저기 사용하고 있는데, 플랫폼에 맞게 편성되면 짜증 나지 않게 이용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