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기 카드 결제 50원 긁어봤나요
초등학생 상대하기에 작년까지만, 그 앞 해까지만 해도 현금을 들고 다니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 카드사용, 제로페이, 현금카드 사용이 눈에 띄게 늘더니 하반기부터는 가파르게 카드사용이 폭발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대부분 현금카드를 사용합니다. 많은 중학생도 손에 쥔 과자 금액을 확인하고 나면 휴대폰에서 카드로 보내고 다시 카드로 결제합니다.
이제는 결재 비율은 현금에서 카드, 제로페이로 바뀌었습니다. 현금카드에 일정 금액을 넣고 다니는 학생보다 결제 금액을 카드로 보내고 난 다음 카드를 내미는 쪽이 더 많습니다. 초등학생이야 카드를 분실할 수 있으니 사전 엄마로부터 교육을 철저히 받았겠지만, 중학생도 카드 분실을 대비해서 결재할 때마다 카운트 앞에서 이체하고 다시 결재합니다. 물어보니 분실 때문에 그런다고 하는데, 이제 중학생인데 분실할 정도일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본인이 편한 것을 택하니 그러려니 하죠.
이번에 중학생이 50원짜리 과자를 들고 카드를 내미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고 포스기에 올라오는 메시지를 보여줬습니다. 카드 결제 금액은 포스기마다 다릅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포스기는 50원도 결제가 되었습니다. 결제금액은 포스기에서 설정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설정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 100원 미만으로 결재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50원을 결제하면서 이전 포스기를 사용하면서 50원만 결제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50원짜리는 8절 도화지가 50원이었는데, 한 학생이 현금이 없다고 해서 카드를 받아 결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이 학생은 8절 도화지 1장만 사러 오는 겁니다. 다른 것은 사 간 적이 없습니다. 아침 등굣길에 8절 도화지 1장 50원 카드를 긁고 갑니다.
글쎄요, 50원 카드를 내밀면 가끔은 그냥 가라는 곳도 있었을까요. 하지만 카드를 받아 결재한 이유가 있지요. 가게에는 어린 학생들이 오는 곳으로 아직 많은 손이 필요한 학생들이 더러 있습니다. 급한 상황이 아니면 집으로 돌려보내는데, 학원을 가야 한다면 손이라도 닦아 줄 것이 필요해 휴지와 물은 항상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사용을 하기 위해서죠. 광고용으로 나오는 물휴지가 생길 때는 그것을 요긴하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 준비를 해 둔 물이나 휴지를 다 큰 학생들이 와서 달라고 하면 난처합니다. 조금 전 주변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 먹고는 물을 사 먹을 돈이 아까워 물을 한 잔 마시려고 옆 가게로 들어온다면 더더욱 주기는 어렵죠. 학생으로서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물을 일부러 살 필요가 없었던 거죠.
이러는 학생이 많습니다. 봉툿값이 아까워서 다른 곳에서 물건을 사고 내 가게에 와서 슬쩍 하나 사면서 봉투를 원하는 아이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아이는 보면 척보면 압니다. 이런 학생은 편의점으로 보냅니다. 물 한 잔이 뭐라고,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한 아이에게 물 한 잔 봉투 하나 주니 더 많은 아이가 손을 벌리더군요. 아마 8절 도화지 1장 50원짜리를 사는 아이도 종이를 카드로 사면 그냥 가라고 하는 말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을까요.
그 당시 초등 4, 5학년 정도 되었는데, 지금쯤은 고등학생이 되었겠습니다. 그러고는 보지 못했습니다.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면 마치는 시간도 다르고 학원도 다른 곳에 다니면서 초등학교 때와 동선이 달라져 버리기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학생이 더 많습니다.
어제 포스기 50원을 긁으면서 8절 도화지 1장 사러 오던 아이가 생각나네요.